[워커스 이슈] 웹하드 카르텔, 숨겨진 공모자들 순서
①웹하드 카르텔, 요람에서 무덤까지 | 박다솔 기자
②SK부터 한국정보공학까지, 기업이 은밀하게 키운 ‘웹하드 카르텔’ | 윤지연, 김한주, 박다솔 기자
③불법 촬영물 유포로 구속될 확률, 0.047% | 김한주 기자
④웹하드 카르텔, <그것이 궁금했다> | 박다솔 기자
사례1
A씨는 시급이 높은 알바를 찾다 변종 성매매 업소 면접을 보게 됐다. 일하는 곳을 보여준다기에 따라간 곳은 한 오피스텔이었다. 유사성행위까지는 해야 한다는 업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A씨는 그 방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방안에는 단둘뿐이었고, 업자는 강압적으로 A씨에게 일을 지시했다. 그날 이후, A씨는 어딘가에 숨어 스스로를 탓했다. 전화번호도 바꿨다. 모든 것이 잊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짜 악몽은 이제 시작이었다. A씨가 촬영된 몰카가 온라인 안을 떠돌고 있었다. 동네와 주변에서부터 A씨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사례2
B씨는 웹하드에 퍼진 보복성 음란 동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 수집은 B씨의 몫이라 했다. 경찰은 B씨가 스스로 영상 유포자, 영상 내용, 영상 주소 등을 캡처해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하려면, 성기가 나오도록 캡처해야 한다고도 했다. 웹하드 업체에 삭제를 요구해도 처리 과정은 더뎠다. 원천적 동영상 삭제는 필터링 업체를 통해야 한다며 거액의 비용처리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B씨는 결국 디지털장의업체를 찾았고, 월 200만 원을 주고 삭제를 의뢰했다.
몰카, 흔하지만 흔해선 안 될 단어
2018년 11월 18일 오후 6시 59분 기준, 구글에서 0.26초마다 검색되는 화제의 단어는 바로 ‘몰카’다. 동 시각 ‘문재인’은 0.39초, ‘월요일’은 0.42초마다 검색됐다. ‘몰카’보다 많이 검색되는 것은 ‘야동’이다. 사람들은 0.24초마다 ‘야동’을 검색하고, 0.26초마다 ‘몰카’를 찾아본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몰카는 체계적이고도 끈질긴 대량 생산을 부추겼다.
서울종암경찰서는 지난 8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웹하드 및 헤비업로더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헤비업로더 13명을 검거했다. 이들 13명의 피의자가 게시한 불법 음란 영상물은 무려 25만5954건에 달했다. 아무리 단속하고 검거해도 몰카는 사라지지 않는다. 몰카 범죄는 2012년 2,400건에서 지난해 6,465건으로 지난 5년간 약 2.7배 증가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그 많은 몰카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걸까.
몰카, 소셜커머스에서 손쉽게!
당장 몰카 범죄에 쓸 초소형 카메라를 모바일로 쇼핑할 수 있다. 소셜 커머스 1위 업체인 C 업체에선 가로, 세로 2.5cm가 안 되는 초소형 카메라를 3만 원대에 팔고 있다. 광고에는 아예 ‘여성 몰카용’이라고 대놓고 선전하는 듯한 선정적 사진이 실려 있다. 위장 몰카를 판매하는 쇼핑몰도 부지기수다. 여기서는 캡모자(35만 원), 시계(31만 원), 생수통(36만 원) 등으로 위장한 감쪽같은 몰카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몰카를 사용해 불법 촬영을 하다 걸려도 돌아오는 처벌은 미미하다. 불법 촬영은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하지만 실형 선고는 5% 내외기 때문에, 여전히 몰카는 잘만 팔려나가고 범죄는 늘어만 간다.
웹하드가 키운 헤비업로더
불법적으로 생산된 몰카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유포하는 것은 헤비업로더의 일이다. 헤비업로더는 웹하드의 회원 유인과 수익 보장에 꼭 필요한 존재다. 웹하드 업계의 거물이라 불린 양진호 회장은 비밀리에 헤비업로더 조직까지 운영했다. 양 회장은 수수료를 최고 18%까지 적용해 헤비업로더를 격려했다. 이렇게 헤비업로더가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3,700만 원에서 최대 2억1000만 원에 달했다.
정상적인 웹하드라면, 이런 불법 음란물들은 대부분 필터링 돼야 한다. 2011년부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필터링 프로그램 사용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웹하드는 필터링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필터링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불법 음란물은 광범위하게 유통된다. 과연 어떤 꼼수가 숨어 있는 걸까?
필터링 안하는 필터링업체
방송통신위원회가 2015년 12월 발행한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정보 유통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라는 연구 자료에서 그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필터링 업체의 음란물 필터링은 개인용 PC에선 99% 이상 작동했는데, 웹하드에선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이를 두고 “웹하드와 음란물 필터링 사업자가 필터링 테스트를 진행하고 심사 완료서를 작성한 후, 실제 서비스에서는 필터링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 경우로, 추후 음란물 필터링의 모니터링과 단속 등이 진행되면 무력화보다는 우회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표 웹하드 업체를 거느린 양진호 회장은 2008년 직접 필터링 업체를 인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 회장이 실제 소유했던 ‘뮤레카’는 위디스크, 파일노리 사이트에 유포되고 있는 음란물에 대해 DNA 필터링을 적용하지 않았다. 불법 음란물 총 52,500여 건이 발견된 위디스크(34,400건)와 파일노리(18,100건)엔 불법 촬영된 유출 영상물도 100여 건이 포함돼 있었다.
웹하드협회 “DNA 필터링 개발을 멈추시오!”
전문가들은 웹하드의 불법 음란물들은 ‘DNA 필터링’을 이용해 충분히 거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DNA 필터링의 진전된 개발을 막은 단체가 있다. 바로 웹하드 사업주들이 모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이하 DCNA)다. 최근 민주당 당직자 출신이 간부를 맡아 운영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지난해 열린 웹하드 사업자 설명회에서 김호범 DCNA 협회장은 “성폭력물에 대해서 가장 빨리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이미 있는데도 추가적인 개발을 하는 것은 시장을 전혀 모르시는 것”이라며 과학기술부의 필터링 AI 개발 소식에 펄쩍 뛰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적 개발 대신 지금 기술자, 기술업체들에 예산을 더 집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두 번 울린 디지털 장의업체
결국 불법 유출 영상의 피해자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디지털 장의업체’를 찾는다. 디지털 장의업체는 원래 사망자의 ‘잊혀질 권리’를 위해 처음 생겨난 곳이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캐쉬카우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 피해자들이다. 유출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삭제해도 다른 어딘가에서 독버섯처럼 번지는 특징 때문에, 6개월 단위로 돈을 지급하고 관리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은 장의업체 또한 ‘웹하드 카르텔’의 한 축이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뮤레카는 ‘나를 찾아줘’라는 장의업체를 운영하며 이중으로 돈을 벌었다. 지난 6월엔 한 디지털 장의업체 대표가 “삭제대행 업무를 독점하게 해 달라”며 불법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와 거래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고객에게 삭제 비용을 받는 한편, 포르노 사이트에 장의업체 홍보 배너 광고 명목으로 600만 원을 건넸다. 그는 아직도 해당 장의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사이 또 다른 장의업체까지 만들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워커스 49호]
진짜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