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스 이슈] 웹하드 카르텔, 숨겨진 공모자들 순서
①웹하드 카르텔, 요람에서 무덤까지 | 박다솔 기자(링크)
②SK부터 한국정보공학까지, 기업이 은밀하게 키운 ‘웹하드 카르텔’ | 윤지연, 김한주, 박다솔 기자(링크)
③불법 촬영물 유포로 구속될 확률, 0.047% | 김한주 기자
④웹하드 카르텔, <그것이 궁금했다> | 박다솔 기자
찍는 자, 유포하는 자, 내려 받는 자 모두 살아남는다. 살아남지 못하는 쪽은 피해자다. 가해자들은 공고한 카르텔로 자신들을 지키고, 피해자들은 홀로 남아 유령 같은 영상들과 싸운다.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이라고 알려진 양진호 회장이 구속된 지 한 달. 여전히 불법 촬영물의 천국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성업 중이다. 다른 웹하드 사이트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콘텐츠들이 실시간으로 업로드 된다. 우리는 왜 수년간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악질 범죄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걸까.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을 되돌아봤다.
불법 촬영물 범죄 증가율, 8년 만에 14배 상승
불법 촬영(몰카) 범죄 증가율은 예상치를 뛰어 넘는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0년을 전후로 불법 촬영 피해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58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15건으로 14배가 늘었다.
몰카 범죄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14조에 의해 처벌 받는다. 성폭력처벌법은 몰카를 비롯한 강간, 추행, 업무상 위협에 의한 추행 등의 범죄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여러 성범죄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범죄는 단연코 몰카 범죄다. 2011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7.1%를 차지하던 몰카 범죄는 2015년 24.9%까지 치솟았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실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몰카 피해 경험에서 가해자 유형은 모르는 사람이 76.2%, 아는 사람이 23.8%였다. 발생장소는 지하철, 버스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이 33.7%로 가장 많았고. 상업지역 22%, 학교 12.8%, 직장 7.8%, 집 6.1%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 촬영물 유포해도 구속될 확률은 0.047%
불법 촬영물이 좀비처럼 끊이지 않는 이유는, 누구도 그것을 죽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찍는 사람도, 유포하는 사람도, 소유하는 사람도 언제나 무탈할 따름이다. 몰카 촬영으로 구속될 확률은 2.19%, 불법 영상물 이용으로 구속될 확률은 1.35%, 그리고 웹하드 업체 등이 불법 음란 영상물 유포로 구속될 확률은 0.047%이다. 이정도 수치면 가해자들이 마음 편히 발 뻗고 잘만 하다.
처벌을 받더라도 가벼운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2012년 10월~2015년 4월까지 몰카 범죄 가해자들의 1심 선고 유형을 살펴보면, 벌금형이 68%, 집행유예가 17%, 징역이 9%, 선고유예가 5%다. 벌금 액수별로 보면 200만 원이 26.6%, 300만 원이 22%, 100만 원이 15.06%, 150만 원이 12.53%다.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처벌 수위가 미약하다보니 가해자들은 굳이 피해자와 합의할 필요가 없어진다. 불법 음란물 유포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들이나, 작심하고 몰카를 촬영·유포한 이들에게 ‘벌금 300만 원’은 그저 푼돈일 뿐이다. 김현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가 발표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관한연구」 논문에 따르면 몰카 사건을 담당한 국선변호인들은 “벌금은 많아야 300만 원이니 굳이 합의하려 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아는 사이라면 합의하지만, 지하철 같은 경우는 합의가 처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으니 합의를 안 한다”고 밝혔다.
꽉 막힌 국회, 늘어가는 재범률
이렇다보니 가해자들이 몰카 범죄에서 손을 터는 일은 드물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몰카 범죄 가해자의 범행 횟수가 2회 이상인 경우는 53.83%로 재범률이 매우 높다. 5회 이상 범행을 저지른 비율은 전체의 31.23%에 달한다. 피해자 99명을 대상으로 1,278회 범행을 저지른 사례와, 피해자 696명을 대상으로 696회의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있다.
몰카 범죄 등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국회에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국회에 발의된 반성폭력 관련법 개정 의안만 72건이다. 2014년에는 10건, 2015년 22건, 2016년 21건, 2017년 35건으로 꾸준히 법안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중 가결된 의안은 14건에 불과하다. 38건은 폐기됐다.
시민사회와 여성계, 법조계 등은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해 양형 강화를 비롯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웹하드 업체 등이 카르텔을 형성해 조직적으로 불법 영상물을 유포, 확산시키는 것에 확실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법은 몰카 촬영자와 유포자의 처벌 규정이 같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고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현재 법원이 피해자의 촬영 의사 여부에 따라 처벌을 적용하고 있어, 피해자의 촬영 의사와 상관없이 불법 유포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워커스 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