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비물질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다. 물질 세계에서의 삶을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비물질을 생산하고, 이를 물질로 환원한다.
thanks to george harrison.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다. 물론 적당히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으니까. 하루 8시간 5일 근무에 연차 따로. 야근은 없고. 돈은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위 조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일자리를 구했다. 하루 9시간, 격주 토요일 휴무. 주간, 야간 2교대 근무. 초과 혹은 야간 근무 시 수당 플러스. 월급은 세금 떼고 150만 원 정도. 적당히 일했고 적당히 번다고 생각했다. 꿈꾸던 삶은 저녁이 있는 삶이었고, 여기서 저녁이란 내 시간이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근무 9시간과 출퇴근 1시간 반, 취침 7시간을 제하고 나면 7시간이나 남으니까.
그런데 점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근무 환경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도 좋았고, 업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문제는 주간 야간 교대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기만 해도 좋을 텐데.’
이후 어쩌다 보니 출퇴근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언제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따금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자리가 있긴 한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홍대에 위치한 이탈리안 식당 ‘달고나’는 그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7년간 달고나 운영을 통해 얻은 것은 장사의 경험과 좋은 사람들, 하지만 망가진 건강과 늘어난 빚입니다. 열심히만 하면 상응하는 보상이 돌아온다는 공식은 깨졌습니다. 현상 유지이거나 겨우 추락을 면할 뿐입니다. 임대료와 금융 비용, 그리고 불리한 세제에 따른 세금 탓에 돈이 쌓일 틈이 없습니다. 그걸 이겨보겠다고 나서면 몸이 부서지거나 양심을 팔아야 합니다. 잘못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되고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선택은 ‘협동조합’입니다.”
이들이 7월에 망원동에 새롭게 오픈하는 ‘협동식당 달고나’의 로고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 첫 미팅 때 들었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 그걸 누릴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 생각이에요.”
‘협동조합 달고나’ 페이스북 페이지
facebook.com/togetherdalgona
(워커스16호 201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