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if Kit
넘쳐나는 재화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휴지가 부족하다.
휴지 롤 디스펜서의 잠금 구조는 대부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휴지 롤 디스펜서를 만들고 남은 공간으로 만드는 열쇠들은 하나같이 상당히 단순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단순한 형태를 복제하기만 하면 된다.
1+1 Hacking
뉴스에서 바코드를 바꾸어 가격을 바꿔치기 하는 범죄는 쉽게 접할수 있다.
디자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트의 물건을 공짜로 취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덤이라는 마트의 교묘한 상술을 이용한다.
마트에서 판매 증대를 위한 방법으로 이용한 덤을 역으로 이용하여 1+1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반지를 제작했다.
단 몇가지 원칙에 의해 1+1Hacking은 시도되어야 한다.
1. 덤으로 묶어 넣는 상품의 바코드는 포개서 가려져야 한다.
2. 마그네틱 태그가 붙어 있는 상품은 불가능하다.
3. 마트에는 상품 라인마다 CCTV와 2명 이상의 인력이 상주한다.
CCTV를 쳐다보는 것은 절대 안된다.
오늘날 마트는 편하고 싸고 익명적이라는 무대를 선사했지만 동시에 감시와 노예적 동선이라는 견고한 상업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바코드 해킹 같은 간단한 디지털 해킹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아날로그적 해킹이라는 부분을 시도하여 새로운 틈을 찾아보는 시도를 한다.
Bus Card Hacking
디지털은 우리의 오감을 종속시켰다. 완벽한 디자인 시스템은 모든 사물이 완벽한 구동을 하리라는 믿음을 선사했기에 누구도 사물이 잘못됐음을 쉽게 지적하지 않는다.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댈 때 나오는 비프음과 동일한 비프음이 나는 회로를 내장한 버스 카드 해킹 도구는 기사의 눈과 귀 –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물과 사람 – 중 어느 것을 더 믿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
19호 ‘디자인 액트’는 주제에 맞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려 한다.
2012년 제로랩 〈못된 디자인: 디자인은 잘못되지 않았다〉전은 견고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상에서의 허점을 이용한 반시스템적인 디자인들을 제안했다.
수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 주는 디자인들을 뒤로한 채 항상 더 새로운 시스템과 디자인들을 제안하고 기존의 시스템들의 단점만을 외치는 현재의 디자인에서 몇 가지 전시물을 통해 상황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못된 디자인이라는 말은 잘못된 디자인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실로 못된 디자인, 어쩌면 태어나서는 안 될 디자인들을 말한다.
노동이나 경제를 통한 자본의 축적 이외에 범죄를 통한 자본의 축적을 돕는 디자인은 없었을까 하는 어쩌면 아주 당연한 생각이지만, 조심히 고민해 본다면 착한 시민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사상적 한계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못된 디자인전에서는 항상 올바르게 진행되었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올바르지 못한 디자인을 했다. 범죄를 위한 디자인, 범죄를 돕는 디자인,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용도로서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본 전시를 통해 디자이너와 일반인은 디자인이 거쳐 왔던 행보를 다시 기억하며, 디자인이 가진 순기능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어쩌면 단순히 유희로서의 디자인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못된 디자인전이 발상의 전환을 넘어 좀 더 보편적인 것의 새로운 시각을 위한 시도 혹은 시각의 재구성으로서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디자인 액트’는 《워커스》 디자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생각을 공유하는 지면으로 구성된다. 《워커스》 디자인에 관련된 이야기, 디자이너들의 개인 작업, 작업 과정의 에피소드 등을 디자이너 네 팀의 목소리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