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 집행위원, 세월호 416연대 상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밥 먹듯 거짓말을 하니, 한국 정부가 유엔에서 “백남기 씨의 경우 검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거짓말을 해도 시민들이 ‘이 정부가 원래 그렇지’ 하고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부의 거짓말과 뻔뻔함은 너무 심각하다. 정부는 정당한 요구에도 어버이연합 등 보수 단체를 동원해 대립하게 하고, 이 꼴 저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이 차라리 눈을 감으면 그 사이에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이익을 나눠 갖는다. 이런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자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루머를 퍼트리고, 참사 1주기 즈음하여 특별법에 대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요구할 때 배상액에 보험금과 국민 성금까지 넣어 부풀려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과정에서 청와대 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조사하려고 하자 ‘대통령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정치 공세’라고 떠들며 정당성을 흐린다. 정부와 여당의 진상 규명 방해 행위는 참으로 노골적이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6월 20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특조위)에 ‘세월호 인양 추진단’ 명의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특조위 조사 활동 종료일을 6월 30일로 못 박고, 7월 1일부터는 종합 보고서와 백서 작성 발간 기간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 기간에 특조위 정원은 72명이라고 통보했다.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강제로 종료하겠다는 뜻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 당사자로서 특조위의 조사 대상이다. 그리고 특조위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특조위의 활동 기간과 정원 산정에 해수부가 개입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마치 자신이 상급 기관인 것처럼 행사하더니 이제는 일방적으로 특조위 조사 활동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세월호 진상 규명에 대한 정부의 방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새누리당 추천 의원 5명은 해수부에서 지침을 내린 대로, 특조위가 청와대의 컨트롤 타워 역할에 대한 조사를 결정하자 집단 사퇴했다. 정부는 2015년에도 특조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예산을 깎더니 2016년에는 조사 예산의 단 9%만 지급하고, 인양 후 선체 조사와 관련한 예산은 모두 삭감하는 짓도 저질렀다.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은 보수 단체를 부추겨서 특조위 위원들을 고발하게 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세월호 인양’을 발표한 정부는 그동안 인양 과정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감추고 ‘믿으라’는 말만 하더니 정작 6월 13일 ‘선수 들기’에 실패한 이후로는 인양 목표일을 연기하는 등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6월 22일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대책 TF를 구성했다. 이날 우상호 원내 대표는 “새누리당으로부터 청와대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조사 기간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조사 기관인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대상을 축소하려고 정부 여당이 협상을 시도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정부의 권한을 이용해 특조위를 해체하겠다고 협박하고 조사 대상에서 청와대를 제외하는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정부 여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사태는 정부가 진실로 진상 규명의 의지가 없고 특조위를 무력화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렇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는 것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이미 책임이 밝혀진 해경 책임자를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검찰이 진실을 제대로 밝힐 리는 없다. 검찰은 과적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지만 세월호 과적의 원인이 ‘제주 해군 기지로 가는 철근’이었다는 점은 철저하게 감췄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며 유병언 일가를 그렇게 이 잡듯이 뒤지던 검찰이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검찰 수사는 진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독립 조사 기관인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기 위해 600만 명이 서명에 동참한 것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특조위를 무력화시키고 세월호 인양에 대한 정보를 감추는 것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에 정부가 개입해 있음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했다. 무능력한 해경을 대신해서 구조와 수습 활동을 했던 민간 잠수사에 대해 이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잠수사의 치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 세월호 참사 수습 당시 1명의 잠수사가 사망했을 때, 그 사망의 책임을 또 다른 민간 잠수사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래서 최근 사망한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특조위의 청문회에서 “국가는 재난이 있을 때 국민을 부르지 말라”고 일갈했다. 정부는 ‘안전’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행한 2015년 ‘국가 안전 대진단’에서 1조 6천억 원의 보수 및 정밀 진단 수요를 발굴했다고 자랑하는 게 이 정부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벌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현재 진행형으로 만든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이 끔찍한 정부의 카르텔을 깨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안전할 수 없고 우리의 존엄은 더 이상 지켜질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명백한 국가 폭력이자 국가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의 구조적인 원인에 정부가 개입해 있고, 직접적인 원인은 계속 감추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진실을 가로막고, 유가족을 모욕하며, 함께하는 시민을 탄압하는 이 정부의 행태를 ‘국가 폭력’이라고 이름하지 않으면 뭐라고 할 것인가.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지금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말하고 모이고 행동할 권리가 탄압받고 있지만, 그 탄압을 딛고 저항의 흐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6월 23일, 세월호 참사는 800일을 맞았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긴장을 놓치지 않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워커스16호 201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