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금융과 서별관 회의가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이 청와대 서별관에 모여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국책 은행은 물론 민간 은행까지 기관별로 떠안을 분담금 규모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갔고 조선업계 세계 1위인 대우조선이 부도 위기에 몰렸는데, 정부가 나 몰라라 하면 그것이 더 문제다. 위기에 처한 조선업계에 공적 자금 지원은 물론이고 수만 명의 실업 대책을 국가가 세우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 준단 말인가.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치 경제니 관치 금융이니 떠들지 않는다. ‘관치’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정부의 최고위 관료들이 모여 민간 은행까지 동원한 자금 지원 계획을 세운다 한들, 필요한 기업에, 받을 만한 기업에 지원 계획을 세운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구조화된 부패를 방치해 두고 계속 꿀과 젖이 흐르는 땅으로 대우조선을 만들기 위해 자금 지원을 국민 몰래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10년 넘게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갔고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으면서도 감시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사장들은 연임에만 목표를 두고 분식 회계를 통해 실적은 부풀리고 부실을 감췄다. 연임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권과 금융권에 돈을 뿌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알고도 묵인했고, 산업은행 퇴직 임원이나 친정부 인사들이 대우조선 임원으로 내려가 수억 원의 임금을 받아 챙겼다. 그들만의 쌈짓돈으로, 언제든 빼먹을 수 있는 곶감으로 만들어 버린 곳이 바로 대우조선이다. 대우조선 문제를 전임 사장들의 비리로만 만들어 놓고 국유 기업의 공적 통제 문제는 온데간데없다.
더 큰 문제는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정부의 노동권 박탈 행태에 있다. 이른바 ‘관치 노동’이다. 구조조정 위기를 겪고 있는 대형 조선 3사 노동조합이 모두 파업을 결의하고 나섰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고, 특별 고용 지원 업종에서도 제외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특정 기업에 대해 금융 지원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관치 금융’이라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정부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 돈으로 위협하는 것을 누구도 ‘관치’라고 비판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 채권단이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노동조합에 임금 동결과 무파업 선언을 내걸었다. 돈 줄테니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채권단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이른바 관치 금융의 집행 단위다.
금융 지원이야 정부의 정책 수단이고 시중 은행을 동원하든, 국책 은행을 통하든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헌법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관치를 넘어선 ‘관 독재’라고 불러도 마땅하다. 파업권 즉,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다. 정부가 정책적, 금융적 지원을 하면서 헌법적 기본권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이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는 발상은 문자 그대로 위헌적이며 초법적인 발상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 그 기본권을 침해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수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바로 척결해야 할 것은 ‘관치 노동’이다.(워커스 18호. 2016.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