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팔유팔파오림픽이열리며는우리덜은뭐시그리좋다냐 소값이나쌀값이나객지서노동일허는니동생임금이라도올라간 다냐……그나저나오림픽이끝나며는저텔레비전속사람들이나왼갖 치사와축사속의사람덜은무신소리로안정된선진조국과정의복지를 위하여침을튀길까그러고우리덜은무신재미로살끄나무신희망으로 와와절망하끄나. 해가떠도오림픽달이떠도오림픽빚이져도오림픽 소값개값되야도오림픽죽으나사나오림픽인디아아아아아그때는참 말이제무슨절망으로아아대한민국아아대한민국허여무신재미로살 끄나……그나저나팔유팔파오림픽이열리며는그누구의말대로거시 기뭣이냐민족사의왼갖질곡과시련을극복하여그종지부를꽉찍을까 그럴까우리하늘이저쪽끝에서저쪽끝까지훤하게갤까” 김용택 <팔유팔파> 중
한때 ‘적폐올림픽’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평창 동계올림픽. 1년 전만 해도 꽤 흥미진진했던 뉴스거리가 이제는 제법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100일도 채 남지 않았건만, 적폐도 올림픽도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권 예매율은 30% 남짓. 지자체와 기업, 공공기관, 군대까지 동원돼 입장권 예매에 나섰지만 붐업은 어림도 없다. 이제는 하다하다 ‘문재인 팬심’을 활용한 ‘이니 시계’까지 만들어 입장권 판매 활성화에 나서겠다 하니 정부의 초조함도 알만 하다.
분명 세상은 달라졌다. 굴렁쇠 소년에, 붉은 악마에 환호하던 시대는 갔다. 더 이상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쇼비니즘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아무리 ‘아웃 오브 안중’이라 한들, 올림픽은 어떻게든 열린다. 무려 약 13조8천 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은 거대한 잔치다. 못 먹어도 고(Go), 라는 말처럼 일단은 지르고 보자는 심산이다. 1년 전 평창 올림픽을 둘러싼 우려와 질타의 시선들은 ‘성공기원’으로 에두르고 만다. 이제는 누구도 손을 대려하지 않는 천문학적 예산의 국뽕 사업. 적폐를 뭉개고 앉아 치러질 평창 동계올림픽. 아쉽게 잊혀져간 올림픽 적폐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포스트 ‘스포츠 대통령’의 시련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위.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및 채널A 대표이사 사장의 동생. 그가 지난해 겨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순실 일가의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 개입을 도운 조력자로. 최순실 조카 장시호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쾌척한 ‘돈줄’로 지목된 까닭이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2015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영재센터에 두 차례에 걸쳐 16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았다. ‘묻지마 후원’은 아니었다. 석 달 뒤인 2016년 6월, 김재열 사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임명 과정은 석연치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기존에 없던 ‘국제부위원장’ 자리를 신설해 김재열 사장을 앉혔다. 그 과정에서 3명의 부위원장은 사무차장으로 격하됐다. 김재열 국제부위원장의 임명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재열 사장이 자신과 만나 ‘무보수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차관은 “그 후에 제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도를 변경해서 김재열 사장이 국제부위원장 직함을 쓸 수 있도록 계획하여 BH, 김상률 교문수석,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에게 보고를 했는데 대통령이 김재열 사장에게 국제분과 부위원장 조직을 불리고 더 힘을 실어주라고 하셨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김재열 사장이 국제부위원장이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종 전 차관과 김재열 사장 사이에서 영재센터 후원금 이야기가 오고갔다는 증언도 있다.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김재열 사장이 자신에게 ‘김종 차관이 BH 관심사다, 잘 좀 부탁한다고 했으니 후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후원하게 된 것이라 밝혔다. 1차 후원금 5억2천만 원은 김재열 사장의 지시였다. 김재열 국제부위원장이 임명된 직후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문체부의 인사 개입을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6일 국정농단 1차 청문회에서 자신이 조직위 위원장일 당시, 문체부에서 파견된 조직위 국장이 김재열 사장을 부위원장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는 점을 밝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는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삼성그룹 서초사옥 내의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무실과 김재열 사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김재열 사장은 12월 7일 2차 청문회에 출석했고, 29일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김종 전 차관에게 올림픽 조직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직을 언급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이유는 김종 전 차관의 압박에 심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6억 후원금 역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이 결정한 것이라 밝혔다. 대가성은 부인했고 책임은 삼성전자에 넘겼다. 모든 여론과 수사의 방향은 사건의 ‘머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집중됐다. 그 사이 사건의 ‘몸통’인 김재열 사장을 향한 질타 여론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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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건재한 김재열, 그리고 제일기획
석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촛불 1년.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여전히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다. 그리고 누구도 그의 ‘부위원장직 박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상 사회적 ‘사면’조치다. 그의 장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조세포탈로 유죄를 받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덕분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직까지 수행한 명실상부한 스포츠 대통령이었다. IOC위원은 국가원수급의 예우를 받는 자리다. 전 세계 어느 공항도 무사통과가 가능하고, 그가 묵는 호텔에는 출신국 국기가 게양된다. 대통령부터 재벌 총수까지 누구든 만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위상을 갖고 있다. 정년도 70세까지 보장된다. IOC위원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권한 때문이다. 김재열 사장 역시 진즉부터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IOC위원’으로 거론되곤 했다. 사면복권 된 이건희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을 때, 김 사장은 최측근에서 이 회장을 수행했다. 글로벌 스포츠 외교에 뛰어들기 위한 커리어도 착실히 쌓았다.
김재열 사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거쳐,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을 맡았고, 대한체육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위원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회 위원도 역임하고 있다. 그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역임하던 2014년, 소위 ‘안현수 사태’로 빙상연맹 내부의 파벌주의와 조직사유화, 비리문제가 불거졌다. 쇼트트랙 감독의 선수 성추행 등의 문제도 터져 나왔다. 당시 전명규 연맹 부위원장은 자진 사퇴했다. 김재열 당시 연맹 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대한체육회는 성추행 쇼트트랙 감독에 대한 징계를 ‘영구제명’에서 ‘자격정지 3년’으로 대폭 감경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김재열 사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를 둘러싼 잇단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김재열 회장은 그해 유유히 국제빙상경기연맹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을 떠났다. 그리고 같은 해 평창조직위 국제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1년 전 압수수색이라는 모진 풍파를 겪었던 제일기획도 여전히 건재하다. 제일기획에 대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의 특혜 의혹도 ‘없던 일’이 됐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1월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에 10억 원을 후원했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각종 특혜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조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특혜 및 비리 등의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덕분에 제일기획은 올림픽 특수를 타고, 역대 최고치의 영업 이익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평창 동계올림픽 효과로 내년 1분기에 역대 1분기 중 가장 높은 2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제일기획은 지난해 11월, 600억 원 규모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및 폐회식 주관 대행사로 선정됐다. 개폐회식 업무 담당자는 제일기획 출신 인사로, 제일기획 출신들이 대행사 선정을 밀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2012년 평창 올림픽 엠블럼 및 로고 개발용역 입찰에서도, 엠블럼 제작 수주 이력이 없는 제일기획이 선정됐다. 아울러 조직위는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송승환 씨를 선임했다.
제일기획 출신 인사들이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는 사실도 논란거리였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과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차은택 감독 소유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등 국정농단 관련자 다수가 제일기획 출신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에도 제일기획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한 때 ‘제일기획 출신’들이 광고업계를 주물렀다는 비판이 상당했지만, 이마저도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평창 조직위는 지난 9월, 올림픽 홍보 부진과 입장권 판매량 저조 등을 이유로 또 한 번 제일기획 출신 인사를 불러들였다. 조직위는 직제를 개편해 ‘기획홍보부위원장’을 신설하고 제일기획 출신의 김주호 홍보 전문가를 이 자리에 기용했다. 김주호 기획홍보부위원장은 제일기획에서 27년간 근무했으며, 2010년 평창 올림픽 유치 당시 프레젠테이션(PT)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돌고 도는 적폐, 국정원 댓글 핵심 인물이 ‘스포츠공정위원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체육계와 스포츠산업의 뿌리 깊은 불공정 관행과 비리, 조직 사유화 문제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사업에서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도, 체육계의 보은 인사 모시기도 ‘적폐’가 아닌 ‘관행’으로 머물러 있다. 실제로 논란이 된 제일기획뿐 아니라, 여타 대기업 계열의 ‘갑질’ 광고회사들도 줄줄이 올림픽 특수를 누리고 있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에 갑질을 한 대기업 광고회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 대상 기업은 제일기획(삼성그룹 계열)을 비롯해, 이노션(현대차 계열), 대홍기획(롯데 계열), SK플래닛(SK 계열), 한컴(한화 계열)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하도급 업체와 거래하며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이나 선급금을 뒤늦게 주면서 지연 이자도 내지 않았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 액수는 제일기획이 12억1500만 원, 이노션 6억4500만 원, 대홍기획 6억1700만 원, SK플래닛 5억9900만 원, 한컴 2억3700만 원이다.
하지만 이들은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 억 대의 올림픽 홍보 용역을 고스란히 따냈다. 평창 조직위가 발주한 용역 중 가장 덩치가 큰 사업은 역시 제일기획이 맡은 600억대의 올림픽 개폐회식이다.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올림픽 성화봉송 운영대행 용역은 대홍기획 컨소시엄이 맡게 됐다. 무려 112억3870만 원짜리 사업이다. 대홍기획은 지난해 26억5620만원 규모의 올림픽 홍보이벤트 및 디지털미디어 홍보 대행 사업도 맡았다. 이노션은 2013년도에 소치 올림픽 관련 홍보 대행 용역 2건을 수주 받았다. 각각 28억 5000만 원과 16억9700만 원 규모의 사업이다. SK플래닛은 2015년과 17년, 3건의 홍보 대행 용역으로 선정됐다. 총 83억3000만 원 가량의 규모다. 한컴도 2건의 사업을 총 21억4200만 원에 수주 받았다.
재계와 정치권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체육계의 고질적 관행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낙하한 권력 실세가 체육단체 자리를 꿰차는 보은 인사도 여전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40대 대한체육회 임원을 선임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인물은 차문희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다. 그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한 핵심 배후로 지목돼 옷을 벗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진 뒤, 그가 여당 정치인 및 경찰들에게 집중적으로 연락을 취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이듬해 국정원에서 퇴직한 뒤, 2014년 현대제철에 비상임 고문 자리를 얻었고, 올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체육회의 제규정의 제정, 개정, 관리, 유권해석 등을 심의, 의결하고, 임직원 및 지도자, 선수, 심판 등을 징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기구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폭행 및 성추행을 일삼은 체육계 지도자의 징계를 감형해주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내부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금품수수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수영연맹 임원 5명의 징계를 대폭 감형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체부 2차관을 역임한 박종길 전 차관도 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13년 9월, 취임 6개월 만에 공문서 변조 의혹으로 옷을 벗은 인물이다. 박 전 차관은 당시 공무원의 영리행위 금지 의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사격장 명의를 부인 명의의 법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경기력향상 기본계획과 체육 지도자 육성, 국가대표 훈련 참가임원 및 선수의 상벌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워커스 3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