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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경제적 효과?
최저임금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실증분석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선 속류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 51명을 대상으로 한 IGM 포럼 조사(2015년)에서도 “2020년까지 15달러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률이 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찬성이나 반대보다 ‘불확실하다(uncertain)’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51명의 패널들은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다. 그나마 20년 전이었으면 이 답변은 확실히 ‘그렇다’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거치고 대다수 국가에서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현재, 속류경제학의 대가들조차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 고용률이 악화될 것인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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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수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1) 우선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 업주들은 고용 축소나 폐업 대신 이를 회피할 수단을 찾는다. 폐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고용축소도 사업의 근본적인 변화, 즉 규모의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윤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주들은 고용축소 이전에 다른 방법을 찾는다(물론 일부 한계기업에서는 고용축소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고용축소를 진행하기 이전에 다른 수단을 찾는다). 대표적으로 수당 삭감 등 임금구조 변경을 통해 최저임금은 인상하되 실질임금 지급 규모를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유급 노동시간을 줄이고 무급 가족노동을 확대하기도 한다. 또는 노동 강도를 강화해 실질 노동비용 및 이윤 수준을 유지한다. 그마저 힘들면 가격을 인상해 임금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시킨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최저임금은 법정 임금이므로 개별 기업 간 경쟁 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 기업이나 업장에 따라 가격 인상 폭과 수준이 다를 수 있지만, 경쟁 조건에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최저임금 인상 전에도 이 기업은 그만큼의 경쟁력이 있었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가격구조가 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노동 강도와 노동조건이 악화하지만 고용량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해외 사례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인상 폭과 사업주 이윤 감소폭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최저임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경우, 노동비용 절감이나 이윤감소 등으로 사업주에 의해 거의 흡수된 반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경우에는 80%가 가격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됐다.(2) 즉,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올리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강화하거나 사업주가 적절한 이윤 감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를 분담했다. 또 빠르게 인상될 경우엔 인상폭이 주로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이 없는 한 경제에는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정부는 매년 3조 원 가까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최저임금 초과분을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셈이다.(3) 구조조정 사업장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듯이 최저임금 사업장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기 때문에 특히나 고용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왜 최저임금이 계속 논란이 되는 걸까? 우선 업주들의 경우 임금인상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자신에게 일정한 부담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반발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물론 재벌 소유의 경제지와 일간지 등에서 이 문제를 끝까지 부여잡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전체 임금이 동반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도 대공장 상용직 노동자의 임금인상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난다.(4) 자본의 전반적인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고, 노동비용이 더 늘어나면 이윤율은 더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임금을 늘리기보다는 더 줄이려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분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대신에 규제완화와 자본운동의 자유화를 목적으로 하는 혁신성장 정책에 더 친화력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찌 됐든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했고, 최저임금의 속도조절과 결정구조 변경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고작 16.4%, 10.9%를 올리고서도(5) 다음 해에 또 이런 수치로 올렸다가는 경제가 망할지 모른다는 협박에 굴복하고 말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저임금은 계속 올라야 하지만 현재 문재인 정부가 했던 방식대로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과 성장률에 긴박 당해 그 부담을 노동자나 개별 업주들에게 전가하면, 나아가 물가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그것은 곧 노동자에게 새로운 (차등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면 최저임금 인상폭은 생색내기 정도에 그치게 될 뿐이다.
최저임금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정책적 방편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일 뿐이며 그에 미달하는 임금은 그 수준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정신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이윤이나 생산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며 나아가 성장을 위한 전략도 아니라는 말이다. 최저임금은 생산성과도 무관하며 기업이 못 하면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기본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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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한, 특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답은 아주 간명하다. 그냥 계속 올리면 된다. 아직까지 물가에도 큰 영향이 없고 업주들도 정부 보조금 등의 영향 때문인지 현재 수준의 부담을 질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이 장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지도 의문이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더 강화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그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 홀로 이뤄지는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적, 정책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를 순환적으로 바로 세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가가 직업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른바 국가일자리보장(job guaranteeing)을 통해 국가가 제공하는 일자리의 임금을 항상 최저임금보다 높게 규율하면 민간의 일자리도 최저임금 이상의 일자리로 유지된다. 최저임금 이하의 일자리가 있다면 언제든 정부가 제공하는 국가 일자리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일자리 보장 정책을 함께 도입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에 좌우되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1)
둘째, 독점이윤을 사회화 하는 방안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한계 기업 또는 영세 자영업, 아파트 경비 등 파견업과 같이 최저임금을 받는 사업장은 수익성이 떨어져 결국 폐업하거나 아니면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를 축소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강제하기도 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은 재벌 독점대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독점이윤을 바탕으로 마련돼야 한다. (독점 대기업들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특히 제조업 수출대기업들이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이고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희생-서비스업의 저임금, 저물가, 낮은 노동력 가치-에 기초해 이윤을 벌어들였다는 점에서 독점이윤의 사회화는 매우 타당하다.)
혹자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최저임금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이유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멈추고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억제하면 어떤 경로로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는 것과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사실 상관이 없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은 임금 지급 주체에서 서로 무관하다. 재벌 대기업이 자기와 무관한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대신 지급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 등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통해 임금을 올리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보편적이지도, 확실한 방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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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경로는 재벌 대기업이 자사 노동자의 임금 상승분을 그대로 국가에 헌납(세금이든, 기금이든, 헌금이든)하고 국가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면 대기업 이윤 중에서 왜 노동자 몫만을 내놔야 한다는 것인가? 재벌 대기업들은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십조 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뒤 매입 주식을 불태워 없애고 있다. 연말이면 배당 잔치를 벌이며 주주 배당금도 늘리고 총수 일가의 연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거기에다 투자할 곳이 없어서 사내유보금으로 1000조 원 가까이(30대 재벌 사내유보금 950조 원)(7) 쌓아 놓고 있는데 그 돈은 다 어쩌고 노동자 임금만 내놔야 한다는 것인가? 재벌 독점대기업의 독점 이윤은 모두 사회가 환수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재벌의 독점이윤을 환수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한편, 자본은 (정규직) 임금으로 (최저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메우자는 이런 주장을 은밀하게 실현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로) 서비스업의 물가를 올리는 것은, 한편에서 제조업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에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가져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서비스 부문의 최저임금이 오르고 그 영향으로 서비스 요금이 그 수준만큼 인상되면 제조업 노동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다. 이것이 바로 물가가 가지는 차별적 효과 중 하나다. 1960년대처럼 고성장 시기에 노동자들의 명목임금을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인상해도 물가를 50% 올리면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부문 간 임금 상승과 물가 수준의 격차가 발생하면 임금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까지는 제조업 수출 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서비스 부문의 노동자를 희생시켜 왔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서비스 인건비가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이 때문에 노동력 가치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서비스 부문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게 됐다). 이처럼 자본은 한쪽 부문의 임금을 억누르면서 물가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통해 동일한 임금량으로 줬다 뺏기를 반복하며 임금의 조삼모사를 구현해 왔다.
따라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임금격차 해소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되며, 주주와 자본가들이 전유하는 독점이윤을 내놓지 않기 위해 방패막이로 삼는 논리일 뿐이다. 실제 독점 이윤의 사회적 환수와도 무관하며,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동자의 기본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한 요구는 국가의 일자리 보장과 독점이윤의 사회화로 모아져야 한다.
(각주)
1 홍민기,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효과」, 월간 노동리뷰 2018년 5월호, 한국노동연구원, 2018. 황선웅, 「최저임금인상의 경제적 효과분석」, 최저임금 인상효과 실증분석, 민주노총, 2018. 참조.
2 최경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KDI FOCUS(통권 제90호), 2018.6
3 2019년 5월 기준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수급자는 217만 명이다.
4 「2018년 임금동향 및 2019년 임금전망」, 고용노동브리프 제89호, 한국노동연구원 2019.4. 5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6.4%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득 1~2분위는 임금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인상액은 648~829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1,004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자세한 것은 김유선,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끼친 영향」, 한노사연 2019.2 참조.
6 홍석만, 「문재인 정부의 고용정책, 그리고 국가 고용보장의 의미」, ≪워커스≫ 45호, 2018. 7. 참조
7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950조’, 참세상 2019.5.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