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정책의 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개인 가운데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가 지난해 1분기 20.9%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상대 빈곤율이 발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세금, 연금보험료 등을 뺀 처분 가능한 소득(가처분소득)의 빈곤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중위소득 50% 미만의 가처분소득을 얻은 인구는 2015년 12.8%였으나 2016년 13.8%, 2017년 14.0%, 지난해 2분기 말에는 15.7%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도시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중위소득 50% 미만율은 지난해 2분기 11.5%였다. 2016년 11.6%, 2017년 말 11.1%와 큰 차이가 없다. 도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도 늘지 않았다.
특히 노인빈곤율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2분기 시장소득 기준으로 중위소득 50%에 못 미치는 노인 인구는 65.4%,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46.1%에 달했다. 76세 이상에서 빈곤율은 더욱 높아진다. 76세 이상 인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 50% 미만율은 지난해 2분기 57.1%다.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76세 이상 인구 10명 중 6명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1위의 노인빈곤율 국가라는 오명은 여전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전년(150만4800원)보다 17.7% 감소했다. 이중 근로소득은 36.8%나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 총소득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고 이 중 근로소득은 14.2% 증가했다. 5분위의 소득이 1분위의 8배에 달할 만큼 빈부 격차도 커졌다. 국가별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개선률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최하위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016년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11.7%, 2017년엔 12.6%로 통계가 발표된 27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정부 지출을 늘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음에도 빈곤층은 더 빈곤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체적인 노동소득분배율과 가처분소득은 다소 늘어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경우 임금노동자 증가에 따른 피용자 보수의 상승과 영업잉여 감소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리고 가계의 가처분소득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빈곤층인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은 줄었지만 이전소득(58만5100원)은 11.0% 늘어 그나마 소득감소를 일부분 상쇄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이전 지출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노동소득의 일정한 증가와 정부 이전지출 증가로 가계 소득의 전체적인 개선은 있었다. 하지만 그 수준은 2017년도에 비해 상승했을 뿐, 2016년도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고점인 2015년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찔끔 늘어난 셈이다. 청년 실업률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낮아졌다”고 했다. 올해 3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8%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10%를 넘는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동자 가계 내부 분화를 심화시켜 빈곤 가구는 더욱 빈곤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 내부의 분화도 심화시켜 자영업과 중소 자본의 소득은 급감하고 독점 대자본(재벌)과 대형 자산가의 소득 독점은 더 늘어났다. 가계소득의 증가도 소득 5분위(10.4% 증가)와 4분위(4.8% 증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소득 1분위의 가계소득은 17.7%, 2분위는 4.8% 감소했다.
생색내기 복지정책
소득격차의 심화, 불평등의 확대는 재벌의 경제지와 앵무새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퍼주기 정책’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근로장려세제(EITC) 등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을 단행했다. 기초연금과 실업급여, 장애인연금을 올렸고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액수도 올해 9월부터 확대한다. 최저임금도 2년 동안 30% 가까이 인상했다. 하지만 이것은 눈에 드러나는 보여 주기식,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이었을 뿐, 정작 누구에게 ‘퍼주었는지’는 결과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공적 연금, 아동수당, 실업급여 등 각종 사회수혜금,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이 재분배 효과를 가지려면 소득이 높은 5분위보다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에 더 많이 발생해야 한다. 이전소득 금액은 물론 1분위가 더 많은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공적이전소득에서 1분위가 17.1% 증가한 데 비해 5분위는 무려 52.7%나 증가했다. 앞서 1분위의 근로소득은 36.8% 감소한 데 반해 5분위의 근로소득은 14.2%가 증가했고, 1분위의 사업소득이 8.6%가 감소한 데 반해 5분위의 사업소득은 1.2% 증가했다. 지출에서도 비소비지출 부문의 조세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자 비용도 24.1%나 증가했다. 가계 소득 중 국가에 들어가는 돈뿐만 아니라 이자 비용으로 은행 등 자산가에 지급하는 비용도 늘었다는 얘기다.
결국 근로소득, 사업소득, 공적이전소득, 이자 등이 부유한 계층에는 더 많은 소득으로 돌아가고, 가난한 계층에는 예외 없는 소득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세금을 일부 조정했지만, 여전히 금융세계화 시스템을 유지하며 돈의 흐름이 금융자산가에게 집중되도록 조장하고 있다. 자본은 주식시장에서 대주주의 주가 상승을 위해 수십조 원의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불태우면서 주식 가치를 올리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며 미래의 경영위기를 대비해 손댈 수 없다던 앵무새들은 대주주와 총수 일가의 주주 배당을 늘려 사내유보금인 이익잉여금을 퍼주는 데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의 일상적인 수출대기업 지원뿐 아니라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로 재벌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수출대기업의 지원을 위해 신규화폐 발행액만큼 매년 외화자산을 매입해 외환보유고를 늘린다. 그 액수는 2019년 4월 말 현재 4040.3억 달러(약 500조 원)다. 한국은행은 매년 15조 원 내외로 신규통화를 공급하고 매년 그 액수만큼인 130억~150억 달러의 외화자산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늘려왔다. 최근과 같이 환율이 불안정해질 때는 신속히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안정에 힘쓴다. 주택값이 널뛰어도 한국은행은 주택시장에 개입하지도, 할 수도 없지만, 외환시장에는 수출 대기업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이런 퍼주기 결과, 현재의 소득불평등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빈부격차(지니계수)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대책이 빈곤 대책?
우파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오히려 빈곤층의 소득이 줄었다고 역설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직접 빈곤 대책과 정책을 주문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최저임금이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빈곤층의 소득을 올리자는 것인가? 기업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소득층 지원이 아니라 기업 지원, 그것도 재벌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100대 재벌 기업의 고용 확대율이 60%나 된다고 떠들며, 재벌을 지원하면 고용이 늘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도 늘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저임금 장시간의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5년간 재벌 대기업의 신규고용 창출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날아간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투자율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제까지 정부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투자율과 고용기여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청년빈곤은 물론 노인빈곤은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정년연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정년연장 논의를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과 ‘딜’을 하려 한다. 정부는 앞선 ‘2019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특히 정부는 이를 상반기 중 반드시 달성할 16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처음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이 든 노동자가 방해된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더니, 이제는 정년 연장 조건으로 기존 노동자의 임금체계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고정된 임금 총액을 놓고 늙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청년 노동자에게 주더니, 이제는 정년을 연장하자며 깎인 임금마저 얇고 길게 늘이자는 것이다. 청년과 노인 빈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이런 정책들이야말로 아랫돌을 빼 윗돌에 괴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부정하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장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떨어뜨리거나 적어도 더는 임금을 올리지 않는 것에 목적이 있다. 또한 자본은 이를 통해 수익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투자할 곳도 돈이 될 만한 사업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윤을 늘리는 방법은 부채를 키워 이자놀이로 수탈을 늘리거나 노동자 임금을 깎는 것뿐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현 정부와 손을 잡고, 시장 경쟁력을 갖춘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일 테다.
정부, 남아도는 재정에도 예산 못 늘려
한국은 노르웨이와 함께 10년 이상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쌍둥이 흑자국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이 남아도는 데도 기본예산은 인상하지 않고 찔끔찔끔 추경을 편성하는 것으로 ‘땜빵’ 하고 있다. 본 예산에 편성하게 되면 경직적이고 고정적인 예산이 돼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은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이 강해 다음 해에 해당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짧게 잡아도 2015년부터 5년째 계속 추경이라면 이상하지 않은가?1)
정부 예산은 확대할수록 좋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지출이 낮기로 유명하다.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2018년 말 11.1%로 OECD 평균 20.1%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35개 국가 중 뒤에서 네 번째로 낮다. 10년 이상 고정수입이 초과로 들어오고, 쓰려 했던 돈 보다 더 걷히고 있는데도, 매년 추경을 만든다는 것은 정부가 기본예산을 올리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게 소박한 재정정책으로 빈곤 탈출은커녕 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지원만 더 확대됐다.2)
또한 민간자본은 수익성 문제로 고용과 일자리에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의 생산성 향상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자동화나 로봇 등으로 대체하며 계속 줄이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아닌, 경쟁과 지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의 증가와 자동화로 인한 고용 축소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고용 접근 방식은 독점과 소득격차만 확대하는 기업친화 정책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전략을 취해야만 지금의 일자리 문제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3)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황의 터널 속에 갇혀 있다. 특히 올해 한국 경제는 OECD나 IMF의 경고처럼 현재 전망치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와 빈곤층의 확대, 소득의 축소로 위기와 불안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그 역할은 하루살이의 비용을 거들어주는 것이 아닌, 재정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가가 고용을 보장하고, 생산수단을 사회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사회적 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가져야 하는 것은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과 물고기를 잡을 배다.[워커스 56호]
정부는 누구에게 무엇을 퍼줬나
왜 우리는 더 가난해졌나
퍼주기 정책의 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개인 가운데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가 지난해 1분기 20.9%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상대 빈곤율이 발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세금, 연금보험료 등을 뺀 처분 가능한 소득(가처분소득)의 빈곤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중위소득 50% 미만의 가처분소득을 얻은 인구는 2015년 12.8%였으나 2016년 13.8%, 2017년 14.0%, 지난해 2분기 말에는 15.7%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도시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중위소득 50% 미만율은 지난해 2분기 11.5%였다. 2016년 11.6%, 2017년 말 11.1%와 큰 차이가 없다. 도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도 늘지 않았다.
특히 노인빈곤율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2분기 시장소득 기준으로 중위소득 50%에 못 미치는 노인 인구는 65.4%,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46.1%에 달했다. 76세 이상에서 빈곤율은 더욱 높아진다. 76세 이상 인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 50% 미만율은 지난해 2분기 57.1%다.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76세 이상 인구 10명 중 6명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1위의 노인빈곤율 국가라는 오명은 여전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전년(150만4800원)보다 17.7% 감소했다. 이중 근로소득은 36.8%나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 총소득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고 이 중 근로소득은 14.2% 증가했다. 5분위의 소득이 1분위의 8배에 달할 만큼 빈부 격차도 커졌다. 국가별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개선률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최하위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016년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11.7%, 2017년엔 12.6%로 통계가 발표된 27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정부 지출을 늘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음에도 빈곤층은 더 빈곤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체적인 노동소득분배율과 가처분소득은 다소 늘어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경우 임금노동자 증가에 따른 피용자 보수의 상승과 영업잉여 감소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리고 가계의 가처분소득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빈곤층인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은 줄었지만 이전소득(58만5100원)은 11.0% 늘어 그나마 소득감소를 일부분 상쇄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이전 지출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노동소득의 일정한 증가와 정부 이전지출 증가로 가계 소득의 전체적인 개선은 있었다. 하지만 그 수준은 2017년도에 비해 상승했을 뿐, 2016년도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고점인 2015년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찔끔 늘어난 셈이다. 청년 실업률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낮아졌다”고 했다. 올해 3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8%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10%를 넘는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동자 가계 내부 분화를 심화시켜 빈곤 가구는 더욱 빈곤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 내부의 분화도 심화시켜 자영업과 중소 자본의 소득은 급감하고 독점 대자본(재벌)과 대형 자산가의 소득 독점은 더 늘어났다. 가계소득의 증가도 소득 5분위(10.4% 증가)와 4분위(4.8% 증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소득 1분위의 가계소득은 17.7%, 2분위는 4.8% 감소했다.
생색내기 복지정책
소득격차의 심화, 불평등의 확대는 재벌의 경제지와 앵무새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퍼주기 정책’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근로장려세제(EITC) 등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을 단행했다. 기초연금과 실업급여, 장애인연금을 올렸고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액수도 올해 9월부터 확대한다. 최저임금도 2년 동안 30% 가까이 인상했다. 하지만 이것은 눈에 드러나는 보여 주기식,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이었을 뿐, 정작 누구에게 ‘퍼주었는지’는 결과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공적 연금, 아동수당, 실업급여 등 각종 사회수혜금,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이 재분배 효과를 가지려면 소득이 높은 5분위보다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에 더 많이 발생해야 한다. 이전소득 금액은 물론 1분위가 더 많은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공적이전소득에서 1분위가 17.1% 증가한 데 비해 5분위는 무려 52.7%나 증가했다. 앞서 1분위의 근로소득은 36.8% 감소한 데 반해 5분위의 근로소득은 14.2%가 증가했고, 1분위의 사업소득이 8.6%가 감소한 데 반해 5분위의 사업소득은 1.2% 증가했다. 지출에서도 비소비지출 부문의 조세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자 비용도 24.1%나 증가했다. 가계 소득 중 국가에 들어가는 돈뿐만 아니라 이자 비용으로 은행 등 자산가에 지급하는 비용도 늘었다는 얘기다.
결국 근로소득, 사업소득, 공적이전소득, 이자 등이 부유한 계층에는 더 많은 소득으로 돌아가고, 가난한 계층에는 예외 없는 소득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세금을 일부 조정했지만, 여전히 금융세계화 시스템을 유지하며 돈의 흐름이 금융자산가에게 집중되도록 조장하고 있다. 자본은 주식시장에서 대주주의 주가 상승을 위해 수십조 원의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불태우면서 주식 가치를 올리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며 미래의 경영위기를 대비해 손댈 수 없다던 앵무새들은 대주주와 총수 일가의 주주 배당을 늘려 사내유보금인 이익잉여금을 퍼주는 데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의 일상적인 수출대기업 지원뿐 아니라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로 재벌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수출대기업의 지원을 위해 신규화폐 발행액만큼 매년 외화자산을 매입해 외환보유고를 늘린다. 그 액수는 2019년 4월 말 현재 4040.3억 달러(약 500조 원)다. 한국은행은 매년 15조 원 내외로 신규통화를 공급하고 매년 그 액수만큼인 130억~150억 달러의 외화자산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늘려왔다. 최근과 같이 환율이 불안정해질 때는 신속히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안정에 힘쓴다. 주택값이 널뛰어도 한국은행은 주택시장에 개입하지도, 할 수도 없지만, 외환시장에는 수출 대기업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이런 퍼주기 결과, 현재의 소득불평등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빈부격차(지니계수)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대책이 빈곤 대책?
우파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오히려 빈곤층의 소득이 줄었다고 역설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직접 빈곤 대책과 정책을 주문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최저임금이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빈곤층의 소득을 올리자는 것인가? 기업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소득층 지원이 아니라 기업 지원, 그것도 재벌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100대 재벌 기업의 고용 확대율이 60%나 된다고 떠들며, 재벌을 지원하면 고용이 늘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도 늘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저임금 장시간의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5년간 재벌 대기업의 신규고용 창출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날아간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투자율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제까지 정부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투자율과 고용기여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청년빈곤은 물론 노인빈곤은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정년연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정년연장 논의를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과 ‘딜’을 하려 한다. 정부는 앞선 ‘2019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특히 정부는 이를 상반기 중 반드시 달성할 16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처음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이 든 노동자가 방해된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더니, 이제는 정년 연장 조건으로 기존 노동자의 임금체계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고정된 임금 총액을 놓고 늙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청년 노동자에게 주더니, 이제는 정년을 연장하자며 깎인 임금마저 얇고 길게 늘이자는 것이다. 청년과 노인 빈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이런 정책들이야말로 아랫돌을 빼 윗돌에 괴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부정하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장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떨어뜨리거나 적어도 더는 임금을 올리지 않는 것에 목적이 있다. 또한 자본은 이를 통해 수익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투자할 곳도 돈이 될 만한 사업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윤을 늘리는 방법은 부채를 키워 이자놀이로 수탈을 늘리거나 노동자 임금을 깎는 것뿐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현 정부와 손을 잡고, 시장 경쟁력을 갖춘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일 테다.
정부, 남아도는 재정에도 예산 못 늘려
한국은 노르웨이와 함께 10년 이상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쌍둥이 흑자국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이 남아도는 데도 기본예산은 인상하지 않고 찔끔찔끔 추경을 편성하는 것으로 ‘땜빵’ 하고 있다. 본 예산에 편성하게 되면 경직적이고 고정적인 예산이 돼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은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이 강해 다음 해에 해당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짧게 잡아도 2015년부터 5년째 계속 추경이라면 이상하지 않은가?1)
정부 예산은 확대할수록 좋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지출이 낮기로 유명하다.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2018년 말 11.1%로 OECD 평균 20.1%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35개 국가 중 뒤에서 네 번째로 낮다. 10년 이상 고정수입이 초과로 들어오고, 쓰려 했던 돈 보다 더 걷히고 있는데도, 매년 추경을 만든다는 것은 정부가 기본예산을 올리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게 소박한 재정정책으로 빈곤 탈출은커녕 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지원만 더 확대됐다.2)
또한 민간자본은 수익성 문제로 고용과 일자리에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의 생산성 향상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자동화나 로봇 등으로 대체하며 계속 줄이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아닌, 경쟁과 지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의 증가와 자동화로 인한 고용 축소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고용 접근 방식은 독점과 소득격차만 확대하는 기업친화 정책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전략을 취해야만 지금의 일자리 문제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3)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황의 터널 속에 갇혀 있다. 특히 올해 한국 경제는 OECD나 IMF의 경고처럼 현재 전망치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와 빈곤층의 확대, 소득의 축소로 위기와 불안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그 역할은 하루살이의 비용을 거들어주는 것이 아닌, 재정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가가 고용을 보장하고, 생산수단을 사회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사회적 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가져야 하는 것은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과 물고기를 잡을 배다.[워커스 56호]
[각주]
1) “쌍둥이 흑자국, 국민의 비애”, 홍석만, ⟪워커스⟫ 51호
2) “문재인 정부의 긴축재정, 겁 많은 자여 여기로”, 홍석만, ⟪워커스⟫ 50호
3) “문재인 정부의 고용정책, 그리고 국가 고용보장의 의미”, 홍석만, ⟪워커스⟫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