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연 기자
이제 보편적인 시위 문화로 자리 잡은 1인 시위. 집회 신고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도 적용받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시위 형태다. 법원이나 국회, 광화문 같은 도심 및 입법 기관은 1인 시위를 위한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물론 도심 곳곳 어디에서 1인 시위를 하더라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지만.
대개 1인 시위라고 하면 피켓을 들고 서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시위 방식. 달리 표현하자면 굳이 집회 및 행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집회 금지 구역의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고, 소음 제한이나 해산 명령 같은 잡다한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씀. 깐깐하고 복잡한 <집시법>에 적용을 받지 않으니 운신의 폭이 이보다 더 넓을 순 없는 법.
그러다 보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1인 시위 방식이 종종 발명되기도 한다. 상점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 실물 크기의 연예인 입간판을 십분 활용. 구호를 외치는 여러 사람의 사진을 실물 크기의 입간판으로 만든다. 슬쩍 보면 실물인지 간판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런 입간판을 여러 개 세워 놓고 그 속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집회인 듯 집회 아닌 집회 같은’ 1인 시위의 방식. 구호를 외쳐도 되고, 노래를 불러도 된다. 1인 시위지만 집회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7미터가 넘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시위를 하는 공간 축내기용 1인 시위도 있다. 1인 시위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시위 방식이다. 문화 예술인들은 1인 시위도 예술처럼 한다. 아스팔트 바닥에 분필로 예술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 바디페인팅을 하거나 소품 등을 활용해 예술혼을 불태우는 작업도 불사한다. 2011년에는 1인 시위도 예술처럼 하자는 취지로 ‘1인 시위 닷컴’이 출범하기도 했다. 예술이 어렵기만 한 시민들의 경우 버스 창문을 활용해 피켓팅을 하는 등 좀 더 대중적인 공간에서의 1인 시위 방식을 구사할 수도 있다.
경찰은 사람들의 기발한 1인 시위 아이디어에 통탄하며 처벌 방법을 강구한다. 반경 2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할 경우 동일 장소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은 20미터 간격을 두고 거점을 포위하는 식의 ‘인간 띠 잇기’ 1인 시위가 불법이라며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올해에는 1인 시위의 소음도 엄격하게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고에도 불구하며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을 유발할 경우 업무 방해죄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규제는 죄악이라며 핏대를 세우면서도, 집회 시위 규제하는 데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