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결성한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 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와 단체 교섭을 벌인다. 노사가 제출한 요구안의 격차가 클수록 양측의 신경전과 언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교섭 테이블에라도 앉는다면 다행. 복수 노조 도입으로 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 회사의 개별 교섭 동의가 없으면 소수 노조는 교섭도 못 한다. 노조 파괴 시나리오로 민주 노조들이 줄줄이 소수 노조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금속노조 지역 지부 간부 A 씨는 “복수 노조가 되면서 교섭에 대응하는 방식이 옛날보다 힘들어졌다”며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아져서 사안별로 각각의 전략을 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황이든 노조 간부들은 교섭을 주도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투쟁력과 조직력을 꼽는다. 현장 간부 출신 B 씨는 “투쟁 없는 교섭은 의미가 없다”며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투쟁력 없이 교섭에서 판가름을 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 중앙 간부 출신 C 씨는 교섭은 인내를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어렵다, 힘들다, 안 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노조는 달라, 내놔라, 왜 안 주냐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며 “지치는 사람이 내놓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 측 교섭 위원은 윗선을 거론하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기 일쑤. 그래도 회사 측은 ‘권한 없는 사람들과 교섭을 못 하겠다’, ‘회장과 교섭하겠다’는 말을 질색한다고 한다.
노조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높을수록 교섭의 기싸움도 팽팽해진다. 교섭에서의 일화도 종종 생긴다. 한 사업장은 회사 부도를 앞두고 노조 위원장이 자신의 집문서를 교섭 자리에 내놓은 적도 있다고 한다. ‘나도 내놓을 테니 너희도 다 내놓고 회사를 정상화하자’는 취지의 퍼포먼스였다. 사장은 그 자리에서 ‘지금 공산주의를 하자는 거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모 완성차 공장에서는 회사가 교섭 장소에 CCTV를 설치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조선소 공장에서는 교섭 중에 산재를 당한 노조 측 교섭 위원이 의족을 빼서 테이블에 던진 일화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장 교섭이 단지 한 사업장의 노사 관계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업종 및 산업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하청 업체 사업주는 교섭에서 원청사를 뛰어넘는 임금 및 근로 조건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전체 산업 및 업종 간 공동 투쟁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노조 간부 D 씨는 사측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말려들지 않도록 당당히 자리를 박차고 나와 흐름을 끊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교섭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분노가 모이면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게 된다. D 씨는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파업권을 획득하게 되며, 조합원들도 이것이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안다”며 “조합원들의 분노가 생기면 자연스레 파업을 결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